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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8년차 개발자 퇴사를 결심하다.

by GreatYun 2020. 11. 21.

드디어...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던 퇴사를.. 입밖으로 빼놓았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드디어 계속 머릿속으로만 고민하고 상상하던 퇴사를 입밖으로 꺼냈다. 뭐랄까.. 엄청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내뱉으니 이게뭐지? 오히려 후련하고 시원하고 설레인다. 새로운 인생을 만든다는 기대감도 있고 다시 학생때로 돌아가서 인생을 계획하는 느낌이다.

나는 올해 8년차 개발자 이다. 공부를 좀더 해보겠다는 개인적인 욕심때문에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을하여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늦게(?) 직장생활을 시작한거 같다. 현재 회사는 두번째 회사이다. 첫 회사에서 만6년, 현재 회사에서 만2년, 8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니 참 재미있었던 일들도 많았고 ,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때는 그저 개발자로서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뿐이 없었다. 그래서 오로지 공부 공부 공부 였다. 개발자는 공부해야지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직업이다 라는 기준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거 같다. 그리고 그 기준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 스스로를 옥죄고 압박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며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공부하고, 스터디 나가고 개발하고.. 뭐 대충 이렇게 시간을 보냈던거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 스스로 정말 많이 성장한거 같다. 무슨 책에서 읽었는데, 이런 긍정적인 스트레스는 인간을 성장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더라. 처음엔 무슨 X소리인가.. 했는데 이제 새삼 그말이 맞는 말이구나 라는걸 느낀다.

 

그렇다고 이제 개발자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개발이라는 업무는 계속 해야한다. 다만 바뀌는것은 월급을 받기 위해 개발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개발을 할 것이다. 그렇다. 창업을 할 것이다. 창업을 한다고 회사를 그만둔다고 회사에 말했을 때 내가 받았던 질문들은 대게 비슷하다.

 

 

  1. 뭐? 창업한다고? 무슨 아이템인데?
  2. 혼자 하는거야? 아니면 팀이 있는거야?
  3. 어떤 창업인데? 요식업? IT? 무슨 산업이야?

 

정말 많은 직장동료들이 나한테 질문을 했지만 대게 질문 유형은 위 세가지다. 질문을 보면 알수있지만, 그냥 내가 창업한다고 해서 어떤 창업을 하는지, 어떻게 할건지가 궁금한거다. 근데 참 이상하다.. 나를 걱정해주거나, 창업한다고 말리는 사람이 정말 단 한명도 없었다. 솔직히 나는 창업한다고 말하면 주변 동료들이 다 말릴줄 알았다.

이시국에 무슨 창업이야..? 코로나때문에 경기도 안좋은데 창업을 하겠다고..?? 정신차려!! 뭐 대충 이런 피드백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응원해주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이런 걸 보면 나처럼 직장생활이 아니라 창업을 해서 무엇인가 나의 일을 하고 싶다고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 인거같다. 그렇구나.. 그대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었구나… 신기하다…..

 

이제 회사업무를 하나씩 인수인계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 시기도 2021년 1월 부터 새로운 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이 될듯하다. 이런걸로 의미 붙히는걸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제 전쟁통에 뛰어 들었기때문에 이렇게라도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자신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은 된다.

 

창업을 하고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잘 해낼 자신은 정말 충분히 있다. 여태까지 해온일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혼자 개발해서 서비스 하고 있는 플랫폼도 있기 때문에 자신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은 된다.

 

  1. 수입이 줄어든다.
  2. 창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일단 수입이 줄어든다. 현재 내가 받고 있는 연봉을 그대로 받을 수가 없다. 뭐.. 당연하다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창업했다고 캐쉬카우가 있을리 만무하고, 여러 가지로 도전하는 단계이니. 그래도 매달 여유있게 꽂히던 월급이 사라진다 생각하니 요즘은 밥을 먹으려고 해도 왠만하면 집에서 해먹으려고 노력한다. 외식도 잘 안하려 한다. 몸을 적응 시켜야 겠다. 하지만 와이프 눈치는 좀 보인다.

그리고 창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이건 정말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누군 처음부터 경험이 있겠냐 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막상 시작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이 부분은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수 있는데, 그 상황을 슬기롭게 해쳐나가야하는 내공이 부족하다. 아니 없다고 해야 맞는거 같다. 이런 성장통을 겪는 과도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준비하자. 마음 단단히 먹고.

 

이왕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니, 평소보다 더 독하게 살자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된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나도 창업하기로 결심 했으니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창업했다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허세부리고 싶지않다. 정말 밑바닥부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회사를 위해서, 서비스를 위해서 지금부터의 내인생을 투자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시간 관리를 정확하고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노력하고있다. 아마 현재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업무양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업무가 쏟아질 것이다. 당연하다. 처음엔 회사가 돈이 없어 직원을 채용할 수가 없으니.. 나는 회사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개발을 하는것이 주업무가 될것이지만, 개발만 하지 않을것이다. 개발 이외에 엄청난 일들이 몰려오겠지.. 이렇게 많은 양의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관리가 잘되어야 한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자. 그리고 내것으로 만들자.

 

후련하다.

 

아직 성공한것도 아니고, 실패한것도 아니고, 제대로 시작한것도 아니고, 근데 이상하게 후련하고 시원하다.

아마 계속 내 마음속에만 있었던, 머릿속에서만 있었던 나만의 인생계획을 이제서야 현실로 실천한거 같은 엄청난 뿌듯함이 있어서 후련한거같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설레임같은 감정을 느낀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할때 학교를 가서 친구를 만날수 있다는 설레임,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첫 직장에 출근날을 기다리는 설레임, 소개팅에 나가기전 설레임, 사고싶었던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배송이 왔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설레임,, 뭐 대충 이런 설레임이 느껴진다.

이제서야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된거 같은 느낌이다. 좋다. 나름 괜찮다.

이제부터 앞으로 나의 인생기를 글로 남겨보자..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 어떻게 이겨내는지, 어떻게 힘들어하는지.. 등등….

창업에 관련된 책을 사서 읽으러 서점에나 가보자…